미지의 존재와 연결 ‘기묘한 공감대’
인간-비인간, 자연-기술, 가족-타자 ‘관계 확장’
첫 만남부터 유대까지… 생명 존중의 여정
조각·사진·영상·아카이브 등 다양한 시선
한국서 첫 개인전·최대 규모, 11월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6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은 한국에서 열리는 피치니니 작가의 첫 개인전이자 최대 규모의 전시이다.
친족과 혈연, 가족관계를 뜻하는 ‘킨쉽(Kinship)’은 어쩌면 패트리샤 피치니니 작가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메시지이다. 인간 중심의 관계를 넘어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 가족과 타자의 관계를 확장시킨다.
작가는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이뤄진 세계 속에서 자연을 이해할 새로운 방식을 찾는다. 돌봄과 공감, 책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생명이라는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담아낼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는 과정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보살핌의 여정이기도 하다. 변하고 있는 세계를 단순히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보지 못한 낯선 존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작품의 첫인상은 그로테스크할 수 있다. 어딘가 모르게 기묘하면서도 사실적이라 선뜻 다가가기 꺼려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며 생각하게 된다.
피치니니 작가는 “이 생명체의 흥미로움은 밀어냄과 끌어당김이 있다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그 낯설음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점점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된다. 머지않아 관람객들도 이 생명체를 저만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흐름은 이름을 얻지 못한 존재들과 처음 마주하게 되는 ‘깨어나다’와 낯선 생명과 인간이 서로의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을 다룬 ‘조우하다’, 낯선 생명과 인간이 서로의 곁에 머물며 관계를 이어가는 ‘유대하다’로 자연스레 흘러간다.
전시장 초입에는 ‘바쳐진 존재’가 있다. 작고 연약해보이며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작은 생명은 마치 자신을 내어주듯 관람객들에게 만짐을 당한다. 이는 앞으로 등장하게 될 여러 생명들이 관람객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린나무’는 인간이 식물과 동물이 결합된 존재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적이지도 인공적이지도 않은 경계가 모호한 존재에 대해 어떤 관계를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자연이 분리된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의심하는 토마스’에서는 인간과 낯선 생명이 만나는 장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앞에 있는 생명체가 살아있는지 아닌지 의심스러워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열린 마음으로 차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이가 든 보노보는 멸종위기와 노년이라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를 포근하게 안으며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작품 ‘안식처’. 여기에서 우리는 그들이 여전히 사랑하고 돌보며 타자와 연결될 수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이어 ‘킨드레드’에서는 인간과 오랑우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인간 같기도, 오랑우탄 같기도 한 존재가 서로의 안에서 발견되는 친밀함으로 곁을 내주며 관계를 지속하는 힘과 가족이 만들어지게 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조각부터 사진, 영상, 설치, 아카이브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좀 더 깊게 들여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2026-08-05
도박물관, 추리 미션 ‘강림탐정 강무영’
창작캠퍼스, 로블록스 활용 ‘생태계’ 교육
국악원, 전통놀이 녹여낸 ‘강강숲…’ 공연
경기지역 뮤지엄을 포함한 문화시설 곳곳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게임 콘텐츠를 결합한 교육부터 전시와 체험, 전통놀이를 소재로 한 공연까지 공간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기도박물관에서는 기증특별전인 ‘혼자 보긴 아까워서’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 ‘동동하하’를 통해 기증의 의미와 박물관의 역할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생각해보도록 했다. 저학년은 그림과 만들기를 중심으로, 고학년은 물건의 의미와 기록의 중요성을 탐구하는 활동으로 눈높이를 맞췄다. 신규 모바일 체험 시리즈인 ‘강림탐정 강무영’은 박물관 공간과 유물을 배경으로 관람객이 탐정 ‘강무영’과 함께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콘텐츠로, 박물관 곳곳을 이동하며 숨겨진 단서를 찾고 퍼즐과 퀴즈, 추리 미션을 수행한다. ‘동동하하’는 9일까지, ‘강림탐정 강무영’은 같은 기간 특별 운영 뒤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상시 운영한다.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5일부터 9일까지 ‘숲을 모으는 아이들’을 주제로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숲의 바람, 돌, 향기, 식물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오감으로 탐색하고 예술로 표현하면서 생태 감수성과 창의적 표현력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은 바람인형 만들기, 나무 액자 속 작은 숲 만들기, 썬캐처 만들기, 곡물 블렌딩 티 만들기, 테라리움 만들기 등으로 구성돼 기간 중 총 8회 운영된다.
경기창작캠퍼스는 ‘SOS! 갯벌생태계 시즌2’와 ‘로블록스 환경 미션!’을 마련했다. ‘SOS! 갯벌생태계 시즌2. 무지개 구조대’는 지구 온난화로 자연의 색을 잃어가는 대부도의 바다와 숲, 갯벌, 노을을 배경으로 어린이들이 ‘무지개 구조대’가 돼 사라진 자연의 색을 되찾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환경 미션을 수행하며 대부도의 생태환경을 몸으로 체험하고 환경보호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로블록스 환경 미션!’은 초등학생들에게 친숙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해 가상세계 속 다양한 환경 미션을 수행하며 자연과 생태계의 소중함을 새겨본다. 이 프로그램은 15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하루 4회차씩 진행된다.
경기국악원에서는 8일 어린이 무용극 ‘강강숲에 떨어진 달님’이 공연된다. 강강술래를 비롯한 우리 전통놀이를 동화 같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공연으로, 전통춤과 음악, 친숙한 캐릭터가 어우러져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동시에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14일에는 국악 창작 뮤지컬 ‘판타스틱(FANTASTICK)’이 무대에 오른다. ‘판타스틱’은 한국 대표 민요 ‘아리랑’과 자명고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넌버벌 공연으로, 전통예술의 흥과 현대 공연예술의 역동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2026-08-03
선량한 이웃과 책 한 권이면… 어디든 문화의 장이 된다
지원금 0원, 마음은 가득… 동네가 차린 북토크
책방산책·길위의독서·카페 룩셈부르크 의기투합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은 7월의 마지막 여름밤, 인천의 동네 ‘호기심쟁이’들이 ‘호기심대장’을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최근 책을 낸 동네 작가를 초청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신간 ‘일상 질문 사전’(전성원 저·유유 刊) ‘북토크’ 자리가 열린 것입니다.
모임 장소는 인천 계양산 밑자락에 자리 잡은 ‘카페 룩셈부르크’. 동네 책방 ‘책방산책’과 지역 독서 공동체인 ‘길위의독서’, 그리고 카페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마련한 무대였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에는 냉소가 섞인 야박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요즘 세태입니다. 하지만 이번 자리는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단 1원도 받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낸 ‘지원금 제로’의 시간이었습니다.
지역의 문화적 토양을 조금이라도 풍성하게 일구려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자리였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새책 ‘일상 질문 사전’ 북토크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책방산책’과 8년째 매주 책장을 넘겨온 독서공동체 ‘길위의독서’, 그리고 마을의 쉼터이자 갤러리 역할을 해온 ‘카페 룩셈부르크’가 머리를 맞댄 모습은 그 자체로 근사한 골목 문화의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행사는 책방산책 홍지연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홍 대표의 기획 취지 설명에 이어 길위의독서 이희영 대표의 인사말, 그리고 길위의독서 회원인 멀리 교동에서 온 김은정 오카리나 연주자의 특별 초청 공연이 분위기를 끌어 올렸습니다.
이어 저자인 전성원 작가와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사전 취합된 질문을 홍 대표가 정돈해 건네면, 전 작가가 답을 이어갔습니다.
저자인 전성원 작가는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으로 30년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성공회대와 인천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끊임없이 글을 씁니다. 그의 신간 ‘일상 질문 사전’은 우리가 존재조차 잊고 지나치는 일상의 100가지 사물을 조명하고, 그에 얽힌 중요한 이야기를 짚어냅니다. ‘낯익은 사물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기’, 그가 이번 책을 통해 제안하는 일상의 공부법입니다.
‘즐거운 진땀’ 흘린 40분… 동네가 나눈 100개의 질문
저자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스스로 꺼내놓지 않을 수 없는 깊이 있는 질문에, 전 작가는 ‘즐거운 진땀’을 흘리며 40여분 동안 성심껏 답을 이어갔습니다.
책을 쓴 계기나 책 속 100개 꼭지 완성하기까지의 시간 같은 기본적인 질문부터 ‘삶을 낯설게 바라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감각을 깨우고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일상의 질문을 단어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언어화하기 힘든 일상의 감정이나 장면은 무엇이었나’, ‘작가에게 질문은 치유인가, 균열인가’ 등 조금은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독자들이 직접 책 속에서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을 골라 읽는 낭독의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용기를 내어 정성껏 낭독을 마친 참석자들에게는 김은정 연주자가 직접 만든 수제 책갈피가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가장 인기가 있었던 시간은 책에 저자의 서명을 받는 ‘친필사인회’ 시간입니다. 줄이 엄청나게(?) 길었습니다. 독자뿐 아니라 작가도 이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길게 늘어선 사인 줄, 수제 책갈피 한 장…그런 밤이었다
작은 동네 책방과 주민들의 독서 모임, 그리고 동네 문화공간이 자발적으로 꾸민 이번 북토크는 지역의 골목 곳곳의 문화공간이 어떻게 주민들의 일상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자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량한 이웃과 책, 그리고 적절한 ‘질문’만 있다면 어디든 훌륭한 문화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026-08-01
김희곤 개인전 ‘인간순례’, 평택 베아트센터서 열려
회화·조각·설치 등 신작 200여 점 한자리에
‘Self’·‘흔적’·‘브리태니커’ 연작 선봬
김희곤 작가의 개인전 ‘인간순례’가 평택 베아트센터에서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를 중심으로 드로잉, 릴리프,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며, 대부분 신작들로 이뤄져 작가의 최근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희곤 작가는 오랫동안 인간의 얼굴을 그려왔다. 그가 그린 얼굴은 특정 인물을 재현하는 초상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상처와 욕망, 침묵과 성찰이 응축된 존재의 초상이다. 작가는 이미지를 찢고, 긁고, 절개하고, 천공하며, 반복해서 해체하고 다시 만든다.
김희곤 작가는 “인간은 모두 저마다의 순례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두움과 밝음, 생명과 소멸, 안과 밖, 욕망과 고요 사이에서 늘 흔들리며 방황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경계에서 항상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누구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질문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는 내가 가진 틀을 깨어가며 대자유의 길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작품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체를 위한 해체, 폭력으로서의 해체가 아닌 편견이나 선입견, 굳은 관념 같은 구속의 틀을 해체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작업들을 한다. 뚫린 구멍 사이로 넣은 손을 조용히 바라보며 잠깐 쉬어가는 것, 찢겨진 틈 사이로 새로운 부활이나 생성의 가능성을 보며 치유받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 역시 그런 그의 작업들과 이어진다.
작가의 작품 중 흔적 시리즈는 인간의 실존을 자각한 데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푸른흔적’은 해체와 생성의 과정을 지나 남겨진 존재의 흔적을 푸른 색조로 담아냈다. 반복된 붓질과 흘러내리는 물감은 시간의 축적과 내면의 침묵을, 푸른색은 사유와 명상을 드러내며 창서를 지나 도달한 고요를 엿볼 수 있다.
‘Self’는 2006년부터 20년에 걸쳐 이어진 연작으로 인간 고통의 근원을 탐구했다. 3만개 이상의 타카핀, 대못을 3만번 박았다 뺀 구멍, 깨어진 거울 파편, 톱으로 해체된 60권의 책 등 작업은 기억과 경험, 상처와 관계가 만든 자아를 성찰하고 그것을 해체하며 존재의 본질을 질문하고 있다.
‘브리태니커-해체 이후’는 지식과 권위를 상징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해체하고 다시 화면 위에 재구성했다. 더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새로운 물질이 된 백과사전은 우연과 행위가 만들어낸 또 다른 질서로 전환된다.
김희곤 작가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메시지이다.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순례는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가 순례이다”며 “길 위에 남겨진 상처와 흔적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다는 가장 깊은 초상”이라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2026-08-01
담양 소쇄원부터 보길도 윤선도 원림 답사
역사와 인물, 풍경의 이야기 한 권에 담아
■ 별서정원┃김종화 지음. 송도국제북스 펴냄. 220쪽. 2만2천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이 책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 조성한 별서정원을 통해 쉼과 사색의 가치를 전하는 여행에세이다.
담양 소쇄원과 명옥헌, 식영정을 비롯해 완도 보길도 윤선도 원림, 안동 만휴정, 예천 초간정, 봉화 청암정, 영양 서석지 등 전국의 대표적인 별서정원을 직접 답사하며 기록했다.
문화재의 역사와 건축적 특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원을 조성한 인물들의 삶과 철학, 주변 자연과 마을의 풍경, 여행자가 현장에서 느낀 감성을 함께 담아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종화 작가는 2000년 처음 담양 소쇄원을 찾은 이후 26년 동안 전국의 별서정원을 꾸준히 답사해 왔다. 기자로 활동하며 전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별서정원을 찾았고, 오랜 시간 축적한 기록과 사진을 이번 책에 담았다.
“별서정원은 과거의 문화재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쉼을 선물하는 공간입니다. 이 책이 문화재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에게는 첫걸음이 되고,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목적지가 되었으면 합니다.”-저자 김종화
책에는 다양한 별서정원의 풍경과 여행 과정에서 만난 지역의 문화, 숨은 이야기들도 함께 실려 있다. 잘 알려진 명승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도 소개해 우리 문화유산의 폭을 넓혔다.
저자는 이번 책 판매 수익금 일부를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도서 기부에 사용할 계획이다. 책을 통해 문화유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문화재를 가까이하는 독서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
2026-07-30
김명식 작가 연작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퇴임 후 삶의 터전을 담아낸 ‘컨트리사이드’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이어져
김명식 작가(동아대학교 예술대학 명예교수)의 초대전 ‘자연과 평화’가 인천 영훈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리즈를 비롯해 퇴임 후 삶의 터전을 담아낸 ‘컨트리사이드’ 그리고 작가의 여행의 기록이 담긴 ‘랜드스케이프 드로잉’까지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대표 시리즈인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리즈는 작가가 2004년 미국 롱아일랜드대학 연구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의 뉴욕의 집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출발한 작품이다. 어느 봄날, 작가는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집들을 보며 문득 그 집들이 사람의 얼굴과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열정적으로 집을 그리기 시작해 탄생한 연작이다.
“하얀색 집은 백인, 까만색 집은 흑인, 노란색 집은 동양인으로… 그들은 며칠 전 소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던 사람들이었다.”(작가노트 발췌)
캔버스에는 알록달록한 색을 배경으로 여러 형태의 집들이 등장한다. 그 집은 때로는 선으로 일부는 면으로 화면을 채운다. 색채는 다양하지만 나름 질서를 유지한채 일정한 크기,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는 백인, 흑인, 동양인 등 다인종 사회의 모습과 그들이 이루는 조화를 상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는 “작품의 궁극적인 목적이 동서화합과 평화”라고 강조한다.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그의 시선이 뉴욕을 배경으로 여러 인종과 그들이 이루는 사회적 화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컨트리 사이드에서 작가의 시선은 자연과 전원 속 일상으로 깊게 파고든다. 대학 퇴임 후 마련한 삶의 터전 주변을 담은 이 시리즈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완벽하게 동화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그린 심상적 풍경이다.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서 창문을 열면 산 내음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화단에는 작약, 모란, 산국 등 사철 꽃들이, 텃밭에는 상추, 고추, 오이 등 각종 푸성귀가…”(작가노트 발췌)
컨트리 사이드 연작은 연작은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옮겨 그린 사실적 풍경이 아닌, 작가의 마음과 감흥으로 재해석한 ‘심상적 풍경’이라는 점이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시장 한편 ‘랜드스케이프 드로잉’ 섹션에서 전시된 드로잉 작품을 통해 작가의 성실하고 꾸준한 예술적 습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국내외를 여행할 때마다 가방에 스케치북을 챙겨 다닌다는 작가는 현장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담백한 필치로 자신의 감흥을 종이에 담아냈다. ‘포항 영일만’, ‘제주 조랑말’ 등 스케치북 위에서 수묵과 수채로 빠르게 그려낸 모습이 작가의 원천이라는 생각도 든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이번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이어진다.
2026-07-29
곁에 스민 아름다움~ 삶을 꽃피우다
10월 5일까지… 소장유물 115점 한자리
정원문화부터 생활속 꽃장식까지
선조들의 소망·염원 조명
자연 속에 있던 꽃은 언제부터인가 그 의미와 가치를 담아 농민들의 손끝에서, 또는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아름답게 피어나 우리 가까이에 자리하게 됐다. 그렇게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며 어느새 꽃은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국립농업박물관의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은 박물관의 소장유물들로 꾸려진 첫 기획전으로 서적, 도자기, 회화 등 115점의 꽃과 관련한 유물들이 소개된다. 우리나라의 근간을 세운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궁궐의 정원과 화초, 과실을 전담하던 ‘장원서’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인 ‘양화소록’이 수록돼 있는 ‘진산세고’에서는 꽃이 어떻게 활용되고 재배됐는지 등의 연구들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첫 번째 섹션에서는 꽃을 가꾸고 자연과 교감했던 선조들의 정원 문화가 조명된다.
괴석과 꽃·새문양의 항아리와 이당 이경승의 꽃과 나비를 그린 그림, 조선시대 꽃과 나비 병풍 등 유물들에 그려진 꽃들은 저마다의 뜻을 품고 있다. 부귀영화를 나타내는 모란과 장수와 절개를 뜻하는 국화 사이에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나비들이 날아다니며 복된 기운을 기원하는 모습처럼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들이 이곳에 새겨져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면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 꽃이나 꽃으로 만든 장식, 회화 등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준다. 선비들이 기거하며 공부하고 외부인들을 만난 사랑채의 모습을 한 공간에는 입신양명의 바람을 담은 장식물들과 장원에 급제했을 때 임금이 내린 어사화를 쓰고 있는 풍속화, 책거리 병풍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특히 병풍 속에 선비의 맑은 정신을 뜻하는 연꽃, 절개를 의미하는 매화 등 다양한 꽃들이 화병에 꽂혀 있는 모습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안채로 꾸며진 곳에서는 실생활에서 썼던 수납함, 잔과 잔받침, 찬합은 물론 떡살이나 그릇, 소반 등에 새겨진 꽃들을 볼 수 있다. 약재로 쓰인 꽃들도 있다. 약재를 보관하는 가구의 모양을 본따 만든 스크린을 눌러보면 꽃의 모양과 약재명, 효능 등이 나와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쓰였다는 것을 쉽게 알아보도록 했다.
조선 후기에 사회경제적 변화가 생기면서 꽃을 향유하는 문화는 널리 퍼졌다. 꽃은 져도 결실로 남아 작물로서 또 다른 생명들과 함께하며 조화를 이루는데, 그들이 공존하고 순환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만드는 과정들이 마지막 섹션에서 펼쳐진다.
동물과 곤충, 열매와 같이 있는 꽃들이 등장하며 민간에서도 민화로서 널리 장식되고 사랑받았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자연의 섭리에 따라 우리 곁에서 피어나고 결실을 맺으며 함께하는 꽃의 이야기와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전시장 바깥에 있는 큰 화병에 꽂힌 생화들이 저마다의 향을 뿜어낸다. 전시실에서 만난 다양한 꽃들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이러한 꽃들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꽃과 같은 화사한 날이 되길 바라주는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5일까지 계속된다.
2026-07-26
인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창단연주회 ‘더 뉴 웨이브’ 성황리 개최
정한결 초대 지휘자 “꿈나무들의 성공적 시작… 지속적 관심 기대”
박찬대 시장·도성훈 교육감 등 참석… ‘인천의 자랑으로 키워갈 것’
지난 25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인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IYPO)의 창단연주회 ‘더 뉴 웨이브(The New Wave)’가 객석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공연 대미를 장식한 곡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이었다. 정한결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인사를 건네자, 긴장 속에 숨죽여 무대를 지켜보던 객석의 청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난 3월 창단 이후 이날을 위해 땀방울을 흘려온 단원들에게는 이번 첫 정기연주회가 무사히 첫 공연을 마무리한 순간이면서 동시에 인천 클래식의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음을 선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가까운 공연을 이어갔음에도 단원들의 얼굴은 지친 기색 없이 활짝 핀 꽃처럼 빛났다.
이날 첫 무대를 마친 김주아 악장은 “박수로 화답해주시는 객석의 반응을 보면서 음악이 결코 연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면서 “연습실에서 혼자 연주할 때와 달리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춰가면서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은 이번 연주회에서 모두 3곡을 선보였다.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을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서울대 교수가 협연자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고,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마무리했다. 첫 곡은 목관 10명, 금관 11명, 현악 50명, 팀파니·타악 등 70명이 넘는 대규모 편성으로 선보였으며 부족한 현악 인원은 인천시향단원들이 일부 채워 완성도를 높였다. 두 번째 협연곡은 목관 8명, 금관 4명, 현악기 36명 등 규모를 조금 줄여 정교함을 높였고, 마지막 교향곡은 다시 첫 곡과 비슷한 규모로 웅장함을 완성했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며 신들린 운지를 선보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객석의 뜨거운 박수에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중 3악장 라르고를 앙코르 곡으로 화답했다. 청소년교향악단 역시 ‘헝가리 무곡 5번’을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들이 중·고교생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 단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완성도를 보여준 무대였다. 무료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단원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다수였다. 객석에서 만난 한 단원의 아버지는 “여느 대학 교향악단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급 실력을 보여 놀라웠다”면서 “이번 활동이 음악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인천에는 음악대학이 없다. 지역 음악 인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인천시가 시립청소년교향악단을 창단한 중요한 배경이다.
초대 지휘자인 정한결 인천청소년시향 상임지휘자는 “음악 꿈나무들이 서로 다른 호흡을 맞춰 나가면서 만들어낸 뜻깊고 성공적인 공연이었다”면서 “지역 음악 꿈나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와 응원과 사랑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청소년교향악단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박찬대 인천시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도 참석했다. 박 시장은 “성공적으로 첫발을 뗀 청소년교향악단을 인천의 자랑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고, 도 교육감은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