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방류수, 진실은 무엇인가
최근 증가 추세속 재이용도 늘어
삼전닉스, 취수량 줄이려 안간힘
기후부가 폐수 배출 허용 칼자루
道 자체적으로 기준 정하지 못해
“인텔과 TSMC 미국공장은 반도체 용수를 무방류, 최소방류 방향으로 기술투자를 하는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정반대다. 기후환경에너지부의 엄격한 배출 기준도 없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방류를 줄이면 (삼성전자 사업장 인근 하천) 오산천은 마르라는 건가. 기준이 없다고 했는데 경기도가 조례로 추진하면 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추미애 도지사가 행정지시를 내리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반도체 폐수 방류량을 감축할 것을 압박하면서 방류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추 지사가 반도체 폐수 방류량 감축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고삼저수지로의 방류에 대한 안성지역 우려와 무관치 않다.
공방 속, 경인일보는 두 기업 사업장의 방류량 추이와 배출 규제 권한 문제를 살폈다.
두 기업의 방류량은 증가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이용률도 늘어나고 있다.
배출 기준 설정 등에 따른 규제 권한은 정부에 있는 상태다. 방류수 방류량의 적정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 방류량 늘었지만 재이용도 역시 증가
방류수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된 후 배출되는 용수를 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년 발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두 기업의 용수 방류량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의 총 방류량은 2024년 1억1천999만6천t에서 2025년 1억2천712만7천t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SK하이닉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6’을 보면 국내 사업장의 용수 방류량이 2022년 6천85만8천㎥에서 2023년 5천822만1천㎥로 감소했다가 2024년 6천283만2천㎥, 2025년 6천693만6천㎥로 다시 증가했다.
반면 양사 모두 용수 재이용량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DS부문의 5개 사업장(기흥·화성·평택·천안·온양)의 용수 재이용량은 2024년 1억110만6천t에서 2025년 1억796만7천t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국내 용수 재이용량도 2022년 3천607만5천㎥에서 2025년 6천55만㎥로 늘었다. 같은 기간 용수 재이용률은 37%에서 47%로 10%p 상승했다.
이처럼 두 기업 모두 반도체 생산시설의 용수 방류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용수 재이용량과 재이용률 역시 함께 높아지면서 취수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 배출기준 권한 놓고 공방… 실제 권한은 기후부에
다만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따라 양사의 용수 사용량과 방류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방류량을 줄이라는 추 지사의 잇단 압박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추 지사는 기후환경에너지부가 반도체 사업장의 폐수 방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의 보다 강한 배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반박했다. 물환경보전법 제32조 제3항을 근거로 시·도가 조례를 통해 국가 기준보다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언급한 대로 물환경보전법은 광역지자체가 자체적인 배출허용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장은 ‘통합환경관리제도’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기후환경에너지부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장에 대해선 도가 자체적으로 배출허용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기존 배출시설 관리체계가 각 오염 매체별로 허가·관리하던 체계라면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사업장 단위로 묶어 여러 물질을 통합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통합관리 사업장은 ‘환경오염시설법’이 우선 적용되는데, 반도체 제조업은 2021년 1월부터 통합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후부가 해당 사업장의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와 관리 등의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반도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허가 및 배출기준을 정하는 권한 역시 경기도가 아닌 기후부에 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염 등 환경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방류수는 기준을 적용해 배출되는 만큼 방류수 자체로 환경에 주는 영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2026-08-12
분당서울대병원 주관 국회 토론회
“지역 산모 40%는 타지로 넘어가,
‘심야 산과 응급진료망’ 완전 붕괴”
모자·어린이병원 시대요구 공감대
“경기도는 전국 최다 출산지역이자 소아인구만 200만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분만을 받아줄 병원이 없어 경기도 산모의 40%는 타지로 넘어가야 합니다.”
12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오경준 경기도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경기도의 고위험 신생아 분만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오 센터장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거론하며 “경기도의 인프라가 그렇게 디자인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는 출생아 수에서 압도적인 1위이지만,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예컨대 어떤 공장에 제품 1천개 만들 기계가 있다 치고, 누군가 ‘왜 2천개는 못 만드냐’고 한다면 아무리 사람이 열심히 해본들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니까 불가능할 것이다. 그게 경기도의 고위험분만 인프라 현실”이라고 비유했다.
오센터장은 지난해 안산의 임신부가 경기·서울·충남지역 병원 40여곳에서 수용을 거부해 구급차에서 출산한 사실을 소개하며 “인구밀집지인 경기도 안에서조차 ‘심야 산과 응급진료망’이 완전히 붕괴됐음을 증명한 것으로, 구급차 출산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경기도와 보건복지부, 분당서울대병원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좌장을 맡고, 오경준 센터장과 이영재 복지부 지역필수의료총괄과장이 발제했다.
또 이혜진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백소현 경기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최창원 분당서울대병원 어린이공공전문지료센터장,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이혜인 경향신문 기자가 패널로 참여하고 행사 공동주최자인 민주당 이재강(의정부을) 의원도 현장에 자리했다.
발제에서 이영재 복지부 과장은 고령산모 증가에 따라 ‘고난도 분만’ 및 ‘중증신생아 치료수요’가 대폭 확대된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소아 필수의료인프라 확충계획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경기도 주산기(임신 20주 이후, 또는 출생 체중이 500g 이상으로 출생 후 28일까지 시기) 의료체계가 심각한 위기임을 공유하고, ‘모자·어린이병원’(독립 어린이병원) 육성이 시대적 과제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소아 고위험·중증질환 치료에 투신해온 최창원 분당서울대병원 센터장은 “독립 어린이병원은 서울과 국립대 거점마다 있지만 정작 아이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는 한 곳도 없다. 아동병원이 아니라 (소아)최중증치료를 맡는 기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이들이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그런데 내가 진료를 다니면서 보면 채혈실이나 엑스레이실에서 어른과 같은 줄에 선다”며 “어린이는 출입과 동선을 따로 설계해야 하는데 어른과 한 병동을 사용하면 그런 보호체계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단독건물 형태의 어린이병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센터장은 그러면서 “어린이병원에 산과 기능이 추가된 서양 사례라든지, 산과를 보유한 주산기센터에서 어린이병원이 확장된 일본의 사례 등을 참고해서 고위험 산모부터 신생아, 소아중증, 더 나아가 발달재활까지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고 진료를 끝낼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 의원은 “경기도의 산모와 아이들이 더는 병상을 찾아 경기도 밖으로 내몰리지 않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형 산모·소아 의료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8-12
31개 시군 조정교부금 35% 상한
지방교부세 ‘초대규모 광역도’ 유형 신설
국가직 소방 운영에 대한 국비 책임 강화
경기도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가 도 재정난의 원인을 단순 세입 부족이 아닌 국가·지방 간 재정 불균형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할 개선안을 제시했다.
도세 일부를 31개 시군에 배분하는 조정교부금 비율의 상한선을 정하고, 국가직 공무원인 소방 공무원에 대한 국비 부담을 확대하는 등 세입과 세출 구조의 타당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TF는 12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여일 간의 활동 결과를 공유, 이를 바탕으로 한 10개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달 1일 민선9기 도정과 함께 출범한 TF는 도 재정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자문 기구로, 공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국회의원과 조임곤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를 비롯해 민간 위원 10명 규모로 구성됐다.
TF는 부동산 취득세에 의존하는 도 세입 구조를 다변화하되, 장기적으로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맞게 재정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조 교수는 우선 “31개 시군에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의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TF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시도의 광역지자체 보통세 대비 조정교부금 부담률을 비교한 결과, 2024년 기준 도의 부담률은 3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타 시도 평균(24.8%)에 비해 12%p가량 높았다.
이 같은 부담률은 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트리는 만큼, 조정교부금 부담률의 상한선을 35%로 정해 운영해야 한다는 게 TF의 분석이다.
또 도의 실제 재정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한 지방교부세 산식에 ‘초대규모 광역도’ 유형을 신설하고, 보통교부세 불교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도의 재정수요는 산업·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대형 대도시권 수준에 속하지지만, 지방교부세 산식은 다른 도(道)와 다름 없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TF의 이 같은 제안은 도가 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에 속해 있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인건비와 장비·시설 투자 책임이 지방 정부에 남아 있다며,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국비 확대, 소방안전교부세 개선 등을 거론했다.
조 교수는 “시대와 상황이 변했음에도 지방 정부의 세입과 세출 구조는 옛날 방식에 묶여 있다는 점, 도의 재정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 것으로 TF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TF는 이번 활동 결과를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에도 재정 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TF 총괄간사인 조성환 전 경기도의원은 “지방자치의 완성은 재정분권”이라며 “지방정부가 주민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재정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6-08-12
경인 의원들이 주도하는 우리 삶의 어젠다, 건강하고 건전한 정책 경쟁을 조명합니다.
“분할 됐으나 경쟁 없는 모순”
구조개편 모색 심포지엄 개최
지난 2001년 4월. 정부는 전력산업 경쟁체제도입 방안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할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단일회사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설립하고, 화력 부문은 한국남동·한국중부·한국서부·한국남부·한국동서발전으로 분리했다.
시작은 전력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고 발전부문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한전의 경영쇄신이 시급하다는 정부 진단에 따라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이 추진됐고, 단계적인 민영화 방안으로 자회사 분할이 먼저 이뤄졌다. 하지만 최종단계(소매경쟁 유도)로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채, 배전 및 판매부문을 분리하는 중간단계(도매경쟁 유도)에서 구조개편은 중단됐다. 애초 전력산업 민영화의 이론적·실제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당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김포갑·사진) 의원은 현 대한민국 전력산업에 대해 “분할은 됐으나 경쟁은 없는, 어정쩡한 구조 속에 머물러 왔다”며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은 2021년~2023년 48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적자로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그는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탄소중립 과제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전력산업의 근본적 재편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반의 방향성이 ‘분할과 민영화’였다면, 지금은 ‘통합과 공공성 강화’를 통한 에너지 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경쟁 없는 분할체제의 폐해와 제도적 한계, 영국과 일본 등의 ‘발전 분할’ 시행착오가 주는 시사점 등이 논의됐다. 김 의원은 화력발전 5개사의 완전통합 또는 한전에 흡수되는 수직재통합에 따른 편익분석 자료를 소개하며, 점진적 통합이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심포지엄에서 궁극적으로 짚고자 한 건, 시대변화를 반영한 전력산업의 공공성 확보였다. 그는 “전력산업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요금 고지서의 숫자를 넘어, 기후위기시대 우리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2026-08-11
이재명 시장시절 ‘성남 모라토리엄’
이,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 구축
재정여력 부족 뜻 채무 미상환 달라
쇼맨십 지적 우려 직접 해결 나서야
전임자 비판 ‘부메랑’ 될수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모습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추미애 지사가 재정 난이라는 난관을 뚫기 위해 재정 비상 선언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빚 갚을 돈마저 없을 정도로 재정 열악… 이재명의 모라토리엄 선언
모라토리엄은 쉽게 말해 지금 당장은 돈이 없으니 빚을 나중에 갚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성남시가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선언의 주인공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지난 2010년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전임 시장이 판교특별회계로 비용에서 차입한 5천200억원의 빚을 당장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불 유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방만 행정으로 시의 재정이 채무 상환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취지였다.
이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 운영 사업 구조 조정, 공무원 복지 축소 등 강도 높은 긴축 재정을 추진해 4년 여만인 2014년 모라토리엄 종결을 선언한 바 있다.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은 이 대통령이 소위 말하는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만든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 재정 위기 닮았지만, 구체적 상황 달라
앞서 추 지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재정 비상 상황”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추 지사 역시 취임한 지 한달가량 지난 시점에서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지만, 그 말이 모라토리엄과 같은 성격을 띠진 않는다.
도는 빚을 더 낼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에서 비상일 뿐, 성남시처럼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는 판단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재정위기론을 전면에 앞세운 만큼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전임 지사의 행정 방식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민선8기에서 추진한 주요 사업들이 멈춰설 가능성이 커졌다.
■ 비상 선언,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다만 전임자를 앞세워 재정 위기론을 띄우는 방식은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에 비판을 잠재우고 이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주체도, 선언을 한 본인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성남시 모라토리엄도 당시 정치적 쇼맨십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맞섰다.
판교특별회계비용을 운용한 국토교통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당시 성남시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한 적이 없었고, 성남시 재정 역시 극도로 열악하다는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일었기 때문이다.
추 지사의 재정 비상 기자회견 직후 도 채무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경기도 빚 지도’를 제작한 김한슬 경기도의원(국민의힘·비례)은 “7조원이라는 빚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전임 도정을 거론하며 ‘재정파탄’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기 보다는 채무가 생긴 시점과 원인을 찾아내는 게 바람직하다”며 “재정 긴축이 필요하더라도 기존 필수 사업까지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도지사는 지방 행정의 수반 자리인 만큼, 재정 문제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도민에게 큰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민선8기는 김동연 전 도지사가 도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추 지사는 같은 정당에게 칼끝을 겨눈 셈이다. 추 지사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승부수를 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2026-08-10
세수여건 악화 속에도 확장 지속
2022년 부동산 시장 냉각 국면
주요 세입원 취득세 감소 압박
‘설상가상’ 지역화폐 예산 삭감
경기도 재정이 비상 상황에 처한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는, 민선 8기 ‘확장 재정’이다.
도의 세입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사업을 줄이기 보다 확장을 택해 재정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지사는 재정 비상을 선언하며 “(민선 8기)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며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 그 대가는 민생예산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직격한 바 있다.
이는 결국 부족한 재원을 채우기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한 책임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 취득세 감소로 악화된 재정 여건 속, 확장재정
경인일보가 민선7기·민선8기 지방세 세입 현황을 비교해 본 결과, 도의 재정 상황이 뒤바뀌게 된 것은 민선8기 도정이 시작된 2022년부터다.
민선7기(2018~2021년)에서는 실제 세입액이 예산액을 웃도는 초과세입이 매년 발생했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2021년에는 취득세가 대폭 늘어 본예산액(12조6천억원) 대비 약 33%의 초과세입(4조1천626억 원)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상황이 반대로 변했다. 부동산 거래 시장이 냉각 국면을 맞이하면서 도의 주요 세입원인 부동산 취득세 징수가 더뎌진 것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선8기 도정 대부분은 당초 예상한 지방세수보다 실제 세수가 적게 걷혔다.
세입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김동연 전 지사는 확장 재정을 선택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도내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과 예산을 늘렸다는 게 민선 8기의 설명이다.
민선 8기 도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민선8기가 무작정 돈을 쓴 것처럼 비판받은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당시 도정은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필요한 돈은 써야 한다고 판단했고, 복지와 민생 사업 중심으로 확장 재정을 펼쳤다”며 “윤석열 정부 때 지역화폐 예산이 삭감돼 도민들의 지역화폐를 전액 도비로 지원한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23년 예산안에서 광역자치단체 지역화폐 사업에 지원할 국비를 전액 삭감했고, 그 공백을 책임지겠다는 판단 하에 경기도는 그해 지역화폐 사업에 약 954억 원의 비용을 투입했다.
지역화폐, 청년기본소득 등 민선7기부터 이어진 지원책을 이어간 것은 물론 김동연 전 지사의 시그니처 정책으로 불리는 기회소득 등의 추가 복지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예산 규모를 키우는 작업이 지속됐다.
당시 정부와 민선8기 예산 편성 규모를 비교해 보면, 정부는 본 예산을 전년 대비 2.8% 늘리는 데 그쳤고, 다음해인 2025년에는 전년 대비 2.5% 인상해 20년 만의 최저 인상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도의 본 예산은 각각 6.8%, 7.5% 증가했다.
복지 예산도 마찬가지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의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은 30% 중반 대에 머무른 것과 달리, 같은 기간 도의 복지 예산은 40% 초반에서 4년 만에 50%에 가까이 치솟았다.
채무 잔액은 계속 늘어났지만
기존 정책 줄이지 않고 이어가
차기 도정 부담 책임론 도마위
■ 누적된 채무… 확장 재정 적절하게 쓰였는지가 관건
민선7기 초 잠시 감소세로 전환됐던 경기도의 채무 잔액은 민선8기 내내 가파르게 올랐다.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등이 이뤄진 2021년부터 갚은 돈보다 빌린 돈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민선8기에서 폭이 커진 것이다.
여기다 도는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발행을 이어갔다.
특히 2025년에는 지방채 발행 한도의 99.6%에 달하는 9천43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논란이 됐다.
당시 도정을 책임진 관계자들은 “지방채를 발행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소비쿠폰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지방채까지 발행해가며 대규모 예산안을 짠 도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차기 도정과 미래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가 실제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김 전 지사의 확장 재정이 필수적이었는지가 민선8기 책임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의 11대 도의원은 “당시 연구 자료뿐만 아니라 의회에서도 올해 예산이 모자랄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확장재정은)가용 재원을 최대한 만들라는 당시 도정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26-08-10